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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로 68년 간 출근 중인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의 일대기를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

🍅 취향의 기록

by 찐글 2020. 1. 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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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크라운>

옛날 옛날 영국에 공주 '메리'가 살고 있었어요. 조용하고 차분했던 메리는 어린 시절을 큰 걱정 없이 화목한 가정에서 보냈어요. 왈가닥 동생 '마가렛'은 늘 남들의 주목을 받는 왕비가 되고 싶어 한 것과 달리, '메리'는 왕비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조용히 없는 사람처럼 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어차피 왕비가 될 운명도 아니었죠. 왜냐하면 아빠 '버티'는 둘째 아들이어서 왕위 계승자가 아니었거든요. 게다가 말을 심하게 더듬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도 제대로 하기 힘들었죠. 아무도 '버티'가 왕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왕위계승자였던 '메리'의 큰아버지가 "왕을 안 하겠다"라고 선언했어요. 왕이 된 지 1년 만의 일이었어요. 사랑하는 연인과 살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어요. 사랑하던 연인이 '이혼녀'였거든요. 영국 왕실에서는 이혼녀와의 정식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랑이냐 왕위냐' 고민 끝에 그는 사랑을 택했죠. 그리고 왕위를 내려놓았어요.

결국 둘째 아들이었던 '버티', 즉 공주 '메리'의 아버지가 왕이 되었죠. 말 더듬이가 왕이 된 거예요. 모든 이의 걱정과 우려와는 달리 그는 왕의 역할을 잘 수행했어요. 존경받는 왕이 되었죠. 비록,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요. (말 더듬이의 역경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는 영화 <킹스 스피치>를 꼭 보세요)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아빠를 잃은 가엾은 '메리'는,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영국의 왕비, 군주가 되어야만 했어요. 


그렇게 왕실로 첫 출근이 시작되었어요.
2020년, 현재까지 60년이 넘도록 영국 왕실로 출근하는
'메리', 퀸 엘리자베스 2세의 역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에요.

어릴 때 동화책 속 공주들은 무도회나 다니고 구두나 신고 드레스만 입는 줄 알았다. 잘 놀다가 왕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면 '해피엔딩'이라고 하면서 끝이 났다. 공주들의 임무는 마치 결혼인 것 같았다. 왕비가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나라의 중요한 결정을 하는 것은 왕이었고, 왕비는 그것을 옆에서 보좌하는 역할 정도였다. 어시스트 혹은 지지자로서의 역할이었다.

그래서 나는 실제 공주이자 왕비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첫째,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공주는 결혼으로 왕비가 된 것이 아니었다. '왕'과 동등한 개념의 왕비였다. 그리고 둘째, 결혼은 했지만 그것은 로맨틱한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멀었다. 책임과 의무로 한 팀이 된 파트너십 같은 거였다. 셋째, '엔딩'도 아니었다. 아직까지도 '근무 중'이니 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더 크라운>은,

이렇게 아직까지 왕실에서 근무(?) 중이신,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일대기를 담은 드라마다. 

 

 


왕관의 무게를 견뎌 낸 100년의 왕실 역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영국 드라마 <더 크라운>

 

왼쪽은 젊은 시절의 여왕을 그린 시즌1,2 / 오른쪽은 중년의 여왕을 그린 시즌3

 

감상평 1. 지루할 줄 알았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겠네

역사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는 지루하다는 것이 기존의 내 관념이었는데, 그 관념을 완전히 깨뜨렸다. <기묘한 이야기> 다음으로 재미있다. 몇 편 안 남은 것이 아까울 정도다. 지금 시즌 3을 보고 있는데 2편밖에 안 남아서 너무 슬프다. 한 편에 40-50분 정도의 길이라서 부담이 없다. 스토리가 큰 줄기는 이어지지만 한 편 한 편이 서로 다른 이벤트와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그래서 '다음 편이 너무 궁금해!' 하면서 이어 보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기묘한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일종의 고문(?)이기도 했다.

 

감상평 2. 결국 왕비도 '사람'이잖아

영국 왕비라고 하면 그냥 예쁜 옷, 멋진 궁, 다이애나 왕비 정도밖에 모른다. 하지만 <더 크라운>을 보면서 영국 왕실의 가족 관계도뿐 아니라 역사적인 사건까지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고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단지 화려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책임과 의무를 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왕권이 무너져가던 시기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 무지하게 애를 썼고, 그 결과 지금의 영국 왕권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왕도 부부싸움을 하고, 자녀를 키우는 데 엄격하며, 동생한테 열등감을 느낀다. 연설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베일에 가려놓고 멋지고 아름답게만 보여야 되는 것이 여왕의 역할이었다. 여왕뿐 아니라 왕가의 모든 사람들이 그랬다. 답답함과 환멸을 느꼈다. 대중 앞에서 때로는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에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왔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무너진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여왕이라는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아직도 지키는 중이다.

 

이 드라마를 아직 안 봤다면, 강추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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