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토요일 오후 과자 먹으면서 보기 좋은 영화 5편 (feat. 넷플릭스)

🍅 취향의 기록

by 찐글 2019. 11. 28. 16:03

본문

중학교 2학년, 밥 먹으면서 TV 보면 엄마한테 혼이 났다. 

엄마는 밥숟갈 뜨면서 신문을 보는 아버지도 혼을 내셨다. 어릴 때는 아무 말 없이 밥만 먹는 시간이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저녁 식사 시간은 미디어와 차단된 시간이기도 했다. 외부 미디어를 차단하고 홈 라디오를 켜는 셈이었는데, 사춘기가 되니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게 싫었던 것 같다.

티비를 끄고 오로지 된장찌개와 알탕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 지금 돌이켜보니 새삼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금은 혼자 사니, 이런 시간이 가끔 그립다.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나는 넷플릭스를 본다. (응?)

TV라도 켜놓는다. 외부 미디어가 곧 홈 라디오가 된 셈이다. 누군가 앞에서 말이라도 좀 하고 있어야 밥이 넘어갔다. 조용한 공기를 사람 목소리로 채웠던 것이다. 혼자 먹는 밥은 좀 싫다. 이런 목적으로 켜놓았던 넷플릭스였는데. 그런데.

어쩐 일인지, 뭘 먹을 때마다 내가 넷플릭스를 켜놓고 있더라. 과자를 먹을 때도, 커피 한 잔을 할 때도 말이다. 그런데 이게 또 엄청난 힐링이 되더라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 1편 틀어놓고 홈런볼이랑 포카칩 사서 완봉할 때의 기쁨이란 소확행을 넘어 대확행 쯤 되는 것 같다. 퇴근 후에도, 토요일 점심 너머 약속이 없는 느지막한 시간에도 이러한 기쁨을 종종 느끼곤 한다.

너무 슬픈 영화도 안된다. 너무 무겁지도 않아야 한다. 과자를 먹으면서 보기 때문에 좀비물처럼 징그러운 것도 안된다. 적당히 희망차고, 너무 유치하지 않으며 몰입도가 높은 그런 영화. 5편을 추천해보았다. 

 

 

 

1.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이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영화다.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 재미 없는 것들도 많은데 이 작품은 꽤나 재밌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여서 굉장히 뻔한 스토리인데 재밌다. 뻔하고 결말이 어떻게 될 지도 다 알지만 재밌다는 건 꽤나 탄탄하다는 뜻이 아닐까? 그나저나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들은 왜 다 뿔테를 끼고 말이 빠르고 덤벙대는 걸까? 흠. 어쨌든, 아주 가볍게 라면 먹으면서 봐도 전혀 질리지 않는다. 9번쯤 본건 안 비밀.

 

2. 굿윌 헌팅

굿윌 헌팅

명작이다. 로빈 윌리엄스가 보고 싶을 때 가끔씩 꺼내 보곤 한다. 뿐만 아니라 맷 데이먼의 미소년 뿜뿜하는 리즈시절도 볼 수 있다. 또 그게 다가 아니다. 개인의 내면이 변하는 건 결코 혼자 할 수 없음을, '나'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함께한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다. 진심으로 함께할 때 위로받을 수 있고 힐링받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는 영화. 울고 웃기고 가슴 찌르르하게 만드는 영화. 그래서 가끔 힐링하고 위로받고 싶을 때 보기도 한다. 조용히 감상하는 것도 추천!

 

3. 킹스 스피치

킹스스피치

현재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 조지 6세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왕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더듬어 연설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진정한 친구를 만나서 마음까지 치유되는 과정을 그렸다. 배경이 영국이라서 영화 색감 자체는 그리 밝진 않다. 안개가 가득하고 우중충하다. 그러나 잔잔하게 감동을 준다. 

영국은 쫌 멋있는 곳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날씨가 흐린 곳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젠틀함과 품격 같은 게 기본적으로 사람들 마인드에 있다. 그 배경은 아마도 이 왕권이 건재하는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즘 넷플릭스에 <더 크라운> 드라마도 보고 있는데 꿀잼이다. 현재 여왕인 엘리자베스 여왕의 일대기를 그렸다. 실화를 각색해서 더 흥미진진하다. <킹스 스피치> 다음의 시대적 배경을 그린 드라마가 바로 <더 크라운>이다. 이것도 별책부록처럼 추천함. 

 

4. 리멤버 타이탄

리멤버 타이탄

이름만 보면 무슨 영화인지 좀처럼 감을 잡기 어렵다. 게다가 주인공인 덴젤 워싱턴 아저씨는 액션이나 스릴러에서 범죄자를 잡을 것 같은 얼굴이어서, 이 영화가 '가슴뭉클/어린이가족 드라마' 장르로 분류되는 것에 의구심을 가졌더랬다. 게다가 디즈니 영화다. 디즈니 영화면 말 다했지 뭐. 재미와 감동은 기본으로 보장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그랬다. 무심코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가 박수를 치며 이불에서 일어났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흑인 차별이 심각했던 시대 어느 미국 땅에서, 화합과 승리를 이끈 어느 럭비팀의 이야기다. 또 실화라고 하니까 더 감동이었다. 너무 멋있어서 영화가 끝나고도 이 실제 인물에 대해 계속 찾아봤었다. 연기를 했던 덴젤 워싱턴 아저씨도 넘 멋졌던 영화다. 또 봐야징.

 

5. 퀴어 아이

퀴어 아이

이건 드라마가 아니라 미국의 예능프로그램이다. '퀴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게이 아저씨 5명이 나와서 사람들의 패션과 집 인테리어를 변화시켜준다. 편집 호흡도 굉장히 빨라서 몇일만에 사람과 집이 후다닥 바뀐다. 산적 같던 아저씨는 댄디남으로 바뀌고, 꾸밀 줄 모르던 엄마는 동네 카리스마 대장이 된다. 집의 아늑함도 되찾아준다. 뿐만 아니라 마음속까지 치유해준다. 5명의 게이 오빠들 역할이 모두 다르다. 한 명은 패션, 다른 사람은 집 인테리어, 또 한 사람은 심리상담 등으로 분야가 나뉜다.

단순히 메이크오버에서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의 마음까지 보듬어준다. 그래서 보면서 많이 울었다. 그리고 '넌 안 예쁘고 바뀌어야 돼'가 아니라 '너는 소중한 아름다운 존재야.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 넌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그에 맞게 보이도록 도와줄게'라는 마인드가 참 마음에 든다. 

 

 

 

 

 

 

관련글 더보기